[2020/03/12] 조아라 무연 로판 투베
무려 한 달 만이다. 블로그..
코로나로부터 모두가 건강해지는 그 날을 위해 ㅜㅜ!
한 달 사이 뭐가 바뀌었을까를 보는데 음..
다양한 클리셰들이 섞여 있는 게 보인다.
아기(육아)물, 악당남주물, 남편꼬시기물(...), 비서물 등등.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맞아 오히려 건강해 보인다.
인기 키워드에 매몰되어 도배되어 있는 현상은 아니라.
그리고 아직 꾸준히 투베를 차지하고 있는 특이점이라 생각했던 '랭킹 1위를 영혼까지 털어버림'.
코로나 특수인건가? 전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집 안에만 있으면서 심심하니 로판까지 읽어서일까? 이유를 모르겠네...
결국 '재밌는 작품은 팔린다' 라는 공식이 어느 때보다 더욱 건강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는 걸지도.
약간의 시장 조사와 인기 키워드 분석 정도는 필요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투베 1위 작품을 읽어보았다.
1위. 너 말고 니 동생 |
1. 키워드
* 책빙의/착각/오해/역키잡/소꿉 동생이 짐승이 되어 돌아왔다
* 집착남주/대형견남주/여주한정다정남주/미인남주
* 미인여주/능력여주/남주 구원하는 여주/미인여주/자낮원작여주 도와주는 여주
* 쌍수들고 여주 환영하는 공작가 사용인 및 가신들/여주댕댕이 원작여주
2. 줄거리
9금 후회물 소설 속 똥차 남주의 내연녀로 빙의했다.
원작에서 남주는 내연녀를 임신시키고, 뒤늦게 여주를 사랑한다며 내연녀를 버리는 쓰레기였다.
다행히 아직은 원작이 시작되기 전.
나는 이 똥차를 직접 폐차하기로 했다.
* * *
"싫어요."
나는 내연 관계가 되자는 똥차, 킬리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자 그가 이유를 물어왔고, 나는 환히 웃으며 답해주었다.
"공자님은 제 취향이 아니에요. 제 취향은, 공자님의 동생분이랍니다."
"뭐? 내 동생이 취향이라고?"
그래. 너 말고 니 동생.
* * *
나는 원작과 달리 똥차에게 단단히 철벽을 치고,
형에게 학대 당하는 그의 동생 렉시온을 보살펴 주고,
자존감이 낮은 원작 여주에게서 똥차를 떨어트려 주었다.
그리고 할 일을 다했으니, 공작가에서 도망치듯 벗어났다.
그런데 몇 년 후.
똥차 형을 밀어내고 공작 자리에 앉은 렉시온이 퇴폐미가 줄줄 흐르는 짐승이 되어 나를 찾아왔다.
그것도 어린 시절에 장난으로 서명한 약혼 서류를 들고서.
"단 한 순간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결혼해 주십시오, 누님."
아니, 그거 소꿉 장난용 아니었어?
청혼을 한사코 거절하자 그가 나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싸늘한 음성으로 물어왔다.
"설마 내가 없는 동안 취향이 바뀌기라도 한 겁니까?"
그리 물어오는 렉시온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그득 담겨 있었다.
마치 바뀐 내 취향이 누구인지 알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기세로.
3. 킬링포인트
소개글 보는데 정말 열심히 기획하고 영리하게 썼구나 싶었다. 그래 이 정도 열정이면 1위 해야지 싶은 그런.
문장도 굉장히 깔끔하고 단순하게 정리정돈 잘해놨다. 출간 이력 있는 작가 느낌이랄까...
소개글에 충실하게 글이 전개된다.
모두 예상되는 전개지만, 그럼에도 글이 술술 읽히는 건 필력이 좋기 때문이다.
아주 차분하게 글이 이어지고, 서두르는 것 없이 그러나 빠른 속도로 사건이 진행된다.
똥차인 남주를 후계자 자리에서 밀어내고, 원작 여주도 당당하게 키우고, 나중에 모든 걸 거머쥐고 돌아올 남주도 지켜내고.
여주가 할 일이 많았지만 차분하게 잘 해낸다. 그 와중에 마법까지 배워 스스로 힘도 지닌다.
20편 동안 그 모든 일들이 이어지는데, 마지막 부분 남주가 돌아오는 부분은 과감하게 짧게 쳐냈다.
나는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전쟁에서 돌아온 남주가 어떻게 활약할 지 기대된다.
깔끔하고 잘 정돈된 글 + 담백한 느낌이 드는 글이었다.